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 3호선 버터플라이. 추억의골든팝쏭

6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고 집에 돌아온 날, 나는 피자를 시켜서 야구를 봤다. 롯데가 대패한 날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과학 시간에 휘발성 실험을 하는데 쓰는 알코올처럼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물론 손가락 끝에 남아있는 알코올의 서늘한 느낌같은 감정은 남아있었지만 그렇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다.

몇일마다 가슴 한구석이 싸한 기분을 느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 뒤로 한 일년정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헤어졌어? 왜?" 라는 질문을 들었다. 물론 나는 그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쿨하거나, 아픔을 애써 참거나, 여자친구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셋 다 틀렸다. 나는 쿨하지도 않았고, 아픈데 애써 참지도 않았다. 물론 좋아하지 않는 여자를 6년이나 만날 이유가 없지. 단지 나는 그 친구가 함부로 헤어지자고 아무렇게나 내뱉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뿐이었다. 분명히 나를 견딜 수 없는 이유가 그 친구에게는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렇게 쓰면 내가 되게 대단해보이지만 물론 헤어질 당시에는 열심히 원망했다. 피자를 시키고 야구를 보기 전까지는.

나에게 이별은 '그렇구나.'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상대방이 나를 견딜 수 없는 확실한 이유가 생기는 것. 그것이 이별이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구나. 하고 야구를 보고, 담배를 피우며, 친구들과 낄낄거릴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지인의 소식을 들었다. 만나면 굉장히 반갑지만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닌 지인이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그 사람은 6년을 만나는 연인이 있었고, 괜한 오해를 당하기 싫었던 나는 굳이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마치 휴거의 예언처럼 갑작스럽게 자신이 이별을 했노라며 마음도 몸도 메말라서 7키로나 빠졌다는 말을 했다. 

여기서 내가 이 글을 쓰게된 이유가 나타났다. 위로를해줘야 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7키로나 빠질 정도로면 내가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괴로웠다는 이야기인데, 전혀 그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줄 수 없었다. 모르니까.

그냥 소주나 한잔 하시죠,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꽉꽉 채워드릴께요. 같은 말을 침 뱉듯이 던지고는 힘내라는 말을 했다. 요조가 산울림을 부르는 것 만큼 감정없는 말을 끝으로 황급히 대화를 중단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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