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였다. 잡담

작년에 꽤나 오래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친구들에게 나 헤어졌노라고 고백을 했을 때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들의 그 미묘한 표정이란. 마치 집나간 아들의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아들을 호적에서 파내겠다고 노발대발하시는 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표정이랄까-_- 그러나 그 새끼들이 내 눈치를 볼 새끼들은 아닌지라, 그런 미묘한 표정을 약간 유지하고 있다가 말했다. 낚시갈래?

그리고 여름에 2박 3일간 섬탄강에서 낚시하고 처먹고만 반복하다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나온 사진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한 것이 없었다. 첫 날 새벽에 만나서 2박 3일간 먹을 음식을 장보았지만, 그 날 대부분을 처먹었다-_- 고기만 네근을 사갔는데 남자 셋이서 다 처먹었다. 우리는 고기 먹을 때, 밥이니 파무침이니 그런거 없다. 무조건 고기다. 그렇게 들짐승같이 고기를 처먹고는 낚시를 했다. 그늘도 없어서 더워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뭐 낚시하러 갔으니 낚시를 해야지.

해가 떨어지자 고기를 처먹었다.

배가 부르자 술을 조금 마시고는 밤낚시를 했다. 밤에 랜턴을 쳐면 박쥐만한 나방부터 시작해서 온잦 벌레들이 달려들기 때문에 어둠속에서 낚시를 했는데, 그 곳이 밤에는 낚시대만 던지면 빠가살이가 올라오는 곳이라 지겹게 낚았다. 정말 그렇게 말도 안되게 많이 잡히는 꼴은 처음 봤다. 나중에는 미끼를 끼우거나, 물고기 입에서 바늘을 빼내는 것이 지겨울 정도였다. 

그리고 들어가서 잤다.

다음 날 아침. 낚시를 했다.

그리고 사온 고기를 다 처먹어서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낚시를 하고, 동네 슈퍼 아줌마가 예쁘다는 소리에 남자 세명이 몰려가 아줌마를 찾아봤지만 그 아줌마는 없었고 내또래의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다. 좋은 동네군.  먹을 것을 사들고 또 처먹고 낚시를 하고...........

2박 3일간 내가 했던 일을 거의 빠짐없이 쓴 기록이다.-_-

놀랍게도 이게 전부다. 처먹고 낚시하고. 예쁜 슈퍼 아줌마 보러갔다가 예쁜 슈퍼 아가씨를 보고.


그 여름 날에 무진장 들었던 Alex Fox의 Guitar on fire. 정렬적이고 섹시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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