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 Sebastian - The State That I Am In 추억의골든팝쏭

솔직히 벨 앤 세바즈찬은 의식적으로 듣지 않았다. 이들의 1집과 2집이 그렇게 좋다는 이야기는 귀에 박히도록 들었고, 왜 듣지 않느냐는 원망섞인 질문도 많이 들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내가 들어본 이들의 곡이라고는 영화 Juno의 OST에 삽입퇸 Expectations와 Piazza, New York Catcher 정도다. 이 곡들도 Belle & Sebastian의 곡이라는 이유로 주의깊게 듣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스킵을 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류의 쓸데없는 고집의 이유가 대부분 그렇듯, 되게 시덥잖으면서도 결정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그것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한 High Fidelity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극중 잭블랙의 대사때문이다. 

월요일부터 웬 지랄같은 청승이야!

음, 그러니까 나는 Belle & Sebastian보다 훨씬 더 징징거리고, 훨씬 더 달달하며, 훨씬 더 계집애같은 음악들을 즐겨듣곤 하지만 잭블랙이 저 대사를 쳤을 때, 나는 절대 Belle & Sebastian을 듣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아니 다짐했다는 것은 좀 잘못된 표현이다. 그냥 무의식에 각인이 되어버렸다. Belle & Sebastian은 계집애나 듣는 음악이라고. 

말했잖아. 시덥잖은 이유라고. 그러나 나한테는 결정적이다. 잭느님 난 당신을 믿으니까요. 낄낄. 그런데 정말 사람 편견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Belle & Sebastian을 좀 들어보고 이 영화를 봤으면 좀 달랐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 이후 몇년동안 나는 Belle & Sebastian이라는 밴드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마치 장롱 밑으로 굴러들어간 오백원짜리 동전 같았다. 존재는 하지만 인식이 안된다. 그러니까 이런거지. 언젠가 이사를 가거나 대청소를 할 때 장롱밑을 까보면 오백원짜리 동전이 있겠지. 그런데 그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나에게 오백원짜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내가 Belle & Sebastian을 대하는 태도가 그랬다. 그들은 내 인생에서 꽤나 자주 등장했지만 한번도 인식한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Belle & Sebastian의 곡과 관련된 추억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에 그들을 인식하지 못했다. 최근에 Belle & Sebastian을 듣고 나서야, 아 맞아 그 때 이곡이 흘러나왔지. 했다.

최근에 계기도 없이, 이유도 없이, 의미도 없이. 
갑자기, 벼락같이. 
의무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이들의 음악을 들었다.

참 시덥잖고도 결정적인 이유가 그 효용성이 다했고, 장롱밑의 오백원짜리 동전같은 음악을 들으며 몇년만에 내 돈주고 사먹는 과자를 씹었다. 

아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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