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 잡담

얼마전에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사회를 봐주기를 요청해서 좀 당황했지만 흔쾌히 승락했다. 친구는 사회비는 얼마나 줘야겠느냐고 물었지만 필요없다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내가 네 결혼식을 망칠 예정이거든.

사실 그렇게 크게 망한 결혼식은 아니었다. 단지 멘트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을 뿐.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1시부터 신부 XXX군과 신랑 XXX양의...어?

이런 실수를 했다. 이건 뭐 즐겁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예식장 직원년이 자기가 손짓을 하면 멘트를 하라고 시켰다. 그래서 손짓을 하면 멘트를 시작했는데, 멘트를 시작하고 나서야, 아직 아니예요! 라고 하면서 막았다. 아니, 이년이? 혹시 신랑 새끼가 저 여자한테 뭘 실수했나? 그래서 결혼식 망치려고 그러는건가? 아니면 내가 뭐 실수한거 있나? 하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실수는 당신이 하지만 쪽팔림은 내가 당한다고 이년아!

어쨌든 저쨌든 결혼식은 무사히(!) 끝났고, 준비한 이벤트도 나름 성황리에 마쳤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간 친구가 갑자기 전화해서 주소를 불러달라더라.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사회 봐줬으니 과일이라도 사서 보내려고 한다는 대답. 나는 그딴건 필요없고 밥이나 사라고 했더니 이 새끼의 대답이 걸작이다.

소 먹을 거잖아?

아런 개새꺄 돼지 먹으면 되잖아 돼지!

말을 줄이자. Killer Singles

1.
잠깐의 연애를 했다. 역시 여자아이는 나한테 질렸고, 나는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꽤 오래된 연인과 이별한 친구와 윤종신이나 듣자며 낄낄거리다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왜 여자애들은 나한테 빨리 질려하는 것일까? 그 친구의 대답은 매우 간단하고 명확했다. 오빠 말을 줄여.

2.
어제는 예전에 일하던 사람들과 술을 좀 먹었다. 평소 술을 잘 안먹는데,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휴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꼴깍꼴깍 잘도 들어갔다. 꽤나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별로 친하지 않던 여선생이 나한테 질문을 했다. 당신은 꿈이 무엇인가요? 나는 대답했다. 전효성이요.

약간 당황한 빛을 보이던 그 여선생은 잠시 크게 웃더니, 내게 물었다. 혹시 취미는 독서예요? 나는 대답했다. 네.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잘 못읽지만 책 읽는 것은 무척 좋아합니다. 그 여선생은 다시 당황했다.

알고보니 농담으로 그런 질문을 했다더라. 독서를 좋아하냐는 질문이 왜 농담이 되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 여선생은 미인이라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녀는 내가 책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게 생기지 않았다며 자기 생각과는 무척이나 다른 분인 것 같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사람 생긴 것 같고 판단하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기분나쁘지 않게 하자, 그 여선생은 다시 말했다. 그렇게 생기지 않으셨는데, 말이 참 많으시네요? 

...지금까지 뭘 들은거냐. 생긴걸로 판단하지 말라고. 역시 말을 줄여야하나?

3.
연애를 시작하면서 모두 거절하고, 소개팅으로 만나던 여자와도 모두 연락을 끊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많이 들어오던 소개팅이 뚝 끊겼다. 그 동안 단련되었던 외로움을 참는 근육이 잠깐의 연애로 모두 없어진 것 같이 외롭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음주에 소개팅 하나가 잡혔다. 여자는 나와 같은 꼴빠다. 만나서 꼴떼 이야기를 하면 어색할 것 같지는 않지만 불안하다. 말이 많다고 그러겠지? 말은 어떻게 줄여야하지?

4.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최근에는 윤종신을 죽자고 들었다. 윤종신은 진짜 이별과 실연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Bulls On Parade - Rage Against The Machine 추억의골든팝쏭

안녕하십니까? 제가 돌아왔습니다.

취직을 하고, 연수를 다녀오고, 교육을 받고, 정식 입사를 하고, 좆나게 구르면서 도무지 시간도 안나고 할말도 별로 없어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읽는 사람이 없ㅋ엉ㅋ

어쨌든 오늘은 날씨가 꽤 괜찮았죠. 새로 산 사파리를 입고 출근(입사 후 몇개월간은 현장근무라 자유복장입니다.)했는데 땀이 삐질삐질 났을 정도입니다. 사파리를 처음 받아보고는 좀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파리가 따뜻한걸까요 아니면 그냥 날씨가 좋았던 것일까요.

최근 본 아이버를 듣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씨에 본 아이버를 들으려니 졸릴 것 같더군요. 그래서 뭐 신나는 곡이 없을가해서 전화기를 뒤지다보니 오랜만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보였습니다. 나름 추억이 담겨있는 밴드죠. 최근 재결합을 해서 공연을 하고 있다지만 한국에는 안왔으니까 이제는 추억-_-

어쨌든 RATM하면 고등학교 때 빨갱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생각납니다.

당시는 지금같이 빨갱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는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에야 디씨성님들 덕분인지 아니면, 20대의 정치 참여덕분인지 좌파네 빨갱이네 하는 단어가 큰 악의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당시만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쓰지 못할 단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 별명을 빨갱이라고 지을 정도는 결코 아니었죠. 

그 친구가 빨갱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유는 마르크스를 읽으며, 공산당 선언문을 외우려고 노력하고(실제로 외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체게바라를 숭배하며, 항상 음악은 RATM만 들었기 때문입니다. 녀석은 친구들에게 공산주의의 우월함을 설명하려고 애썼습니다. 머리속에 섹스밖에 없는 발정난 고교생에게 이제까지 사회의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인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빨갱이는 언제나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놀리던 녀석들도 슬슬 빨갱이의 강경함에 악의를 가지고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런 악의가 좀 불편했습니다. 제게 공산주의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좀 귀찮지만 자기딴에는 사상이고 신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것을 위해 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머리속에 섹스밖에 없는 새끼들보다는 나아보였고, 펑크밖에 없던 저보다는 나아보였죠.

그래서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은 빨갱이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대화는 더럽게 재미없었지만.

그러던 어느날 녀석이 제가 RATM을 듣고 있을 때 다가와 너도 RATM을 듣냐며 놀라워하더군요. 너 역시 RATM을 들으니 다른 새끼들보다는 좀 더 나은 인간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RATM의 가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하더군요. 

전 좀 당황했어요. 가사는 얼어죽을, 내가 그걸 알아들을 정도면 고교시절을 그렇게 보냈겠습니까. 전 그냥 RATM이 신나서 들었거든요. 지금도 그래요. 제게 RATM의 가사따윈 의미가 없어요. 그들이 하는 시위에도 관심이 없고,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체게바라는 간지는 좀 나지만 평전도 읽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냥 좋아서 듣는 음악인데, 그걸 듣는다고 뭘 또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나은 인간일걸 뭡니까?

그 이후로 의무감으로 들어주던 빨갱이의 말을 듣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음악듣는다고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너무 거부감이 들었거든요. 오늘도 전 RATM을 들었지만 그냥 신나서 들었어요. 지금 들어도 세련된 사운드에 날카로운 음악이더군요. 


첫출근 잡담

...은 1월 2일부터.

3박 4일의 계열사 연수를 끝마치고, 14박 15일간의 그룹 연수를 다녀왔다. 그룹연수는 재밌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일단 좀 힘들었다. 무엇보다 똥쌀시간이 없었다. 어마어마한 스케쥴의 연속인데 쉬는시간이 단 10분이라니. 화장실에 사람이 그렇게 바글바글한데 한가롭게 똥을쌀 수 있겠어?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하여 6시 20분에 아침 점오. 밥을 먹고 8시부터 하루 프로그램 시작이다. 오전에는 강의가 줄줄이 있고, 오후에는 프로젝트의 연속이다. 그래놓고 11시에 마치고는 12시 소등. 무지무지하게 터프한 스케쥴인데 진짜 문제는 저 한시간동안 밀린 빨래와, 샤워, 일기를 써야한다는 것. 3인 1실이라 생각보다 오래걸린다. 도무지 똥을 쌀 시간이 없다.

또한 가져간 담배가 떨어졌는데 담배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안준다는게 문제다. 연수원에서는 담배가 권력이었으며, 신앙이었고, 연인이었다. 담배를 주는 사람은 목자요, 양치기였다. 신속하게 호형호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흡연..

어쨌든 연수도 끝났고, 지금은 본사 교육을 다니고 있다. 금요일날 발령이 나서 1월 2일 첫 출근.
아마 한동안은 현장에 있어야하겠지만 힘들게 취직했으니 열심히 해야지. 연봉도 나름 만족스럽고, 내가 클 수 있는 환경인 것 같다. 

후우-_-
아직은 지옥이 아니라 다행이다.

산울림 -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Killer Singles

1.
12월 5일이다. 이제 나의 20대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 뭐 이제 취직도 했으니 그닥 아쉽지는 않다. 단지

주변에 요런 놈들이 사람을 골치아프게 한다는 것 뿐.

취업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말이었다. 뭐 다들 저런 말을 하니까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음식을 남기면 이런 말을 하셨다. 지옥에 가면 살아생전 남긴 음식을 모두 비벼서 억지로 먹게한다. 내가 보기엔 너는 지옥에 갈 것이 기정사실이니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준비를 해라. 

그러니까 나는 어릴적부터 지옥을 준비한 남자라 이거다.

그런데 나에게 서른 7콤보를 날린 저 친구는 좀 다른 식으로 나에게 경고를 했다.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두라고. 야 이건 정말 섬뜩하다. 다들 힘들게 준비하고 노력하고 개같이 굴어서 들어간 회사인데 웃기도 힘들다니. 헛 시팔 정말 개같네.

2. 
학교 선배가 12월 24일에 결혼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 연락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12월 24일 날 결혼식을 하다니 정말 괴팍한 양반이다. 라는 반응이다. 커플이라면 데이트를 해야하는데 결혼식에나 가야해서 빡치고, 커플이 아니라면 끝나고 강남에서 뭘하느냐는 식으로 빡쳐있다. 두번째는 나를 포함한 불쌍한 새끼들의 반응인데, 그래도 24일날 혼자 집에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반응이다. 오예, 나 24일 날 약속 생겼어!!!

3.
오늘 나가수를 잠깐 봤는데 산울림 스페셜이었다. 사실 산울림은 재평가 되었고, 재평가 되었지만, 또 다시 재평가되야하는 밴드이다. 하여간 끊임없는 재평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들려져야 한다. 산울림 입문을 위해 추천하는 앨범은 역시나 산울림 다시 듣기.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수록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세장의 씨디에 주옥같은 명곡이 빼옥같이 담겼다. 김창완의 보컬은 절규할 때조차 담담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도대체 세상의 누가 이런 가사를 쓸 수 있고, 이런 감정으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은근히 일곱 가수 중 누군가 김창완밴드의 '너를 업은 기억'을 불러주길 바랬는데, 너무 큰 바람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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